하회마을 봄꽃
오늘 오후에 봄이오는 소리가 들려서
마을에 나가니 매화, 산수유, 할미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시와 꽃을 감상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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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 선생 매화 시
精舍 梅花始開 方繞樹行吟 適有求詩僧 造次 寫贈 辛巳
細草初生洛水湄(세초초생락수미)낙동강 물가에 새싹이 갓 돋아나니,
梅花又發驛南枝(매화우발역남지)역참 남쪽 매화가지도 곧 꽃망울 터뜨리겠지,
斜陽獨抱巡簷興(사양독포순첨흥)석양빛 안고 홀로 처마 밑 거닐며 흥겨운데,
偶寫山僧軸裏詩(우사산승축리시)우연히 승려가 펼친 두루마리에 시 한 수 써 줬네,
퇴계 선생의梅花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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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卷中間對聖賢(황권중간대성현)옛 책을 펴서 읽어 성현을 마주하고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밝고 빈 방안에 초연히 앉아
梅窓又見春消息(매실우견춘소식)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보게 되니,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거문고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으리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어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뻣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다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산수유꽃 / 고은
그래도 괜찮단 말인가
무슨 천벌로
얼지도 못하는 시꺼먼 간장이란 말인가
다른 것들 얼다가 풀리다가
으스스히
빈 가지들
아직 그대로
그러다가 보일 듯 말 듯
노란 산수유꽃
여기 봄이 왔다고
여기 봄이 왔다고
돌아다보니
지난해인 듯 지지난해인 듯
강 건너 아지랑이인가
할미꽃 - 이해인詩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 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 종일 연도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 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 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 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